My Extreme

#38 본문

Lita/A Less Traveled R.O.A.D.

#38

티슬아치, 2023. 7. 8. 11:15

#38

 

 

 

팀 익스트림과 딘 말렌코&래디컬즈와의 대립은 몇 달간 진행된 스토리라인이었지만 그 시작은 완전히 얻어걸린 거였다. 그날 뤄는 아이오와에서 열렸고 우린(팀 익스트림) 제리코, 딘 말렌코, 크리스 벤와, 페리 새턴과 경기하기로 되어있었다. 경기에 약간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미리 백스테이지 씬을 녹화하기로 했다.

 

너 오른손 잡이야? 왼손잡이야?

 

우린 복도에 있었고 딘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자기를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나 뭐라나.

"내가 너보다 네 마음을 더 잘 아는 거 같은데?"

"음.. 딘, 넌 오른손잡이야? 왼손잡이야? 어떤 손으로 하든 집에 가서 혼자 놀아"

그리고 그때 갑자기 벤와, 새턴, 에디가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날 넘어뜨렸다.

"다친 거 같은데 안 도와줘도 되냐?" 딘이 말했지만 벤와는 그냥 가자고 얘기했고

때마침 등장한 매트와 제프가 그들을 덮쳤으나 오히려 얻어터지고 말았다.

녹화는 예상보다 더 성공적이었고 각본팀은 짧았지만, 딘과 나의 케미에 대만족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구도로 더 많은 걸 뽑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11월27일 뤄

 

래디컬즈와 일하는 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방식과는 달랐다. 그동안 우린 에지와 크리스챤처럼 친한 친구들과 일했기에 서로 의견 교환도 수월했고 다같이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얘기했지만 레디컬즈 멤버들은 모두 철저히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했다. 물론 딘 말렌코는 매우 유쾌한 사람이다. 그는 평소에 농담하는 걸 좋아하지만 일할 땐 진짜 일 얘기만 한다. 그런데 나도 그게 편했다. 노크노크 농담(딘이 하는 농담의 종류)이나 따먹고 있을 때 레슬링 얘기를 하면 집중할 수 없으니까. 딘은 늘 레슬링을 임하는 데 있어선 진지했고 여성과 일하는 데 익숙지 않았을 텐데도 자신을 지키면서도 내가 돋보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음 스맥다운(11월30일)에서 팀 익스트림과 딘 말렌코, 새턴, 게레로의 3:3 경기가 있었다. 경기 막판 매트와 제프는 에디, 페리와 링 밖에서 뒤엉켜 싸우고 있었고 난 딘에게 문설트를 시전했다. 그러나 당시 페리의 여자친구였던 테리가 심판의 주의를 끄는 사이 에디가 내게 프로그 스플래쉬를 기습적으로 성공시켰고 딘이 나를 핀폴했다.

 

 

 

 

 

 

다음주 뤄(12월4일), 딘이 사과의 의미로 꽃을 주면서 갑자기 내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난 "생각해볼게" 답하자마자 딘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딘은 집요하게 찾아왔고 내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자신의 라이트헤비웨이트 챔피언십에 도전할 기회를 줄테니 대신 패하면 데이트를 하자고

 

 

 

좋아,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이러한 세그먼트는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매트와 제프가 옆에서 응원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세그먼트의 중심에서 스토리를 이끌 수 있었으니까. 이건 내 캐릭터를 발전시킬 수 있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기도 했기에 즐거운 일이다. 딘과 난 좋은 위클리쇼 경기를 했다. 나름 최선을 다해 비벼봤지만 예상대로 딘이 날 압도했다. 종반부, 나의 탑로프 허리케인라나를 그대로 잡아 파워밤으로 반격했고 텍사스 클로버리프를 걸어버렸다. 탭을 칠 수밖에.

 

 

 

그렇게해서 난 약속대로 다음 스맥다운(12월7일)에서 딘이 호언장담한 '잊지못할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딘은 모처럼 턱시도까지 차려입고 꽃다발을 들고 하디보이즈의 라커룸으로 찾아왔다. 뉴욕의 밤, 우리의 데이트 장소는 매디슨 스퀘어가든 근처에 있는 Nick&Stef 레스토랑이었다.

 

조금이라도 허튼짓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형제들

 

25살 리타에게 정식 데이트 신청하는 40살 딘 말렌코

 

 

"리타, 오늘밤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가 얘기했었나? 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힘들 지경이야"

"나도 당신을 보는 게 힘들어요."

 

 

 

 

"혹시 내가 얘기했었나? 네 눈이 마치 밤하늘에 반짝이는 두 개의 거대한 별(star) 같다고"

"혹시 아는지 모르겠네요, 딘, 본인이 하루종일 내 가슴만 쳐다보고(staring) 있다는 걸"

 

 

이어지는 다음 세그먼트에선 주문한 스테이크, 랍스터, 샐러드가 나왔고 수많은 음식들에 둘러쌓여 먹기 바빴다.

"아무꺼나(anything) 시키라고 하긴 했는데 다(everything) 시킬 줄은 몰랐네.

아무튼 식욕이 왕성한거 보니 기뻐. 이따 힘쓰려면 많이 먹어야지"

딘이 말하거나 말거나 난 먹기 바빴다. "리타, 넌 남자가 원하는 모든 걸 갖췄어!"

식사를 마치고 대답했다. "그래? 난 널 원해" "뭐?" "난 지금 널 원한다고" "여기 당장 계산해줘요!"

 

"어쨌든 식욕이 왕성한거 보니 기쁘네, 이따가 힘쓰려면 많이 먹어야지" (풉)

"네 감정을 외면하지마, 리타. 난 잘생기고, 재치있고, 매력적인 남자야. 난 니가 원하는 모든 걸 갖췄어"

 

"딘, 당신 말이 맞아, 난 빠진 거 같아요. 난 당신을 원해요. 지금"

"여기 계산!! "

 

 

근방에 있는 가장 가까운 낡은 호텔로 들어갔다. 로비는 나쁘지않았으나 내부는 말그대로 싸구려 호텔이었다. 엉망진창의 데코와 종이벽하며.. 다음 세그먼트는 내가 욕실에서 섹시한 브라와 팬치차림에 로브를 걸치고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딘은 옆으로 누워있었지만 날 보자마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딘은 와이프 걱정은 하지 말라며 급하게 불을 껐다.

"난 불 켜진 게 좋아" "그래 맘대로 해" 불을 켰을 땐 하디즈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매트가 샴페인으로 뚝배기를 깨버렸고 제프는 침대를 엎었다.

 

 

 

"내가 말했지, 절대 잊지 못할 밤이 될 거라고!"

 

웃으면서 우린 자릴 떠났다. 야외에서 이런 짧은 세그먼트를 찍는 것은 빡센 일이지만, 우린 우리가 기억에 남을만한 세그먼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백스테이지에서 미리 녹화로 촬영하는 씬 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이러한 세그먼트는 이야기에 여러가지 깊이를 만들어준다.

 

 

"잊지못할 밤이 될 거야!"

 

 

다음주 버밍엄, 아마겟돈 PPV(12월10일)에서 팀익스트림과 딘, 페리, 테리의 혼성제거매치가 잡혔다. 경기 후반, 양팀 대부분이 탈락한 가운데 링 위엔 나와 딘만 생존중이었다. 후반부, 딘이 탑로프에서 내게 슈퍼플렉스를 시전했는데 매트에 부딪칠 때, 다리에 순간적으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리타가 부상을 입은 슈퍼플렉스

 

바로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날 경기는 아직 남아있었다.

열받은 딘은 경기를 쉽게 끝낼 생각이 없다.

 

 

리타를 벌주는 딘

 

 

계속 핀을 풀어주며 갖고 놀다 클로버리프로 마무리하는 딘 말렌코

 

 

다음날 뤄(12월11일) 방송 전부터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날도 래디컬즈와의 경기가 잡혀있었고 또다시 난 에이프런에서 범프를 해야했다. '휴식이 필요해. 오늘하고 내일만 버티면 며칠은 쉴 수 있으니까 괜찮아지겠지' 조금만 참고 버텨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참아보기로 마음 먹었지만 딘이 날 넘어뜨렸을 땐 진짜 누가 칼로 내 허리를 찌르는 것만 같았다. 다리까지 통증이 있었고 가장 무서웠던 순간은 범프 직후 다리에 아무런 감각이 안 느껴졌을 때였다.

 

다리와 허리에 부상을 입었음에도 참고 그대로 범프를 수행한 리타

 

 

데이트 이후 점점 더 집착이 심해지는 딘

 

 

덜컥 겁이 났지만 아직은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부상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길 하고 싶지않았다. 다음날 스맥다운 녹화(12일 녹화, 14일 방영)에선 아이보리와 경기가 잡혀있었는데 이게 완전 망했다. 원래 계획은 아이보리가 기습적인 롤업으로 승리하고 내가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튀어올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거였지만 그녀가 핀했을 때 솔직히 그렇게 일어날 수 없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냥 누워있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로프에 기대 클래식 타미 드리머 셀링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고릴라 포지션으로 들어가자, 마이클 헤이즈가 내게 얼마나 끔찍했는지 얘기해줬다. "리타. 오늘은 날이 아니네" "고마워요.."

 

등장할 때부터 많이 불편해보이는 리타

 

 

 

 

그와중에 난입한 딘에게 이런 스팟도 하고

 

 

억울한 표정 대신 겨우 로프에 기대어 셀링하는 리타

 

 

라커룸으로 돌아가 허리에 얼음찜질을 해봤지만 존나 존나 아팠다. 걷기 조차 힘들 정도로. 머릿 속엔 얼른 집에 가서 잘 생각뿐이었다. 다음날 드디어 집에 갈 수 있었다. 내일부턴 또 여러 미디어 행사가 잡혀있었고 주말엔 하우스쇼를 뛰어야 했기에 내게 주어진 휴식은 겨우 하루였지만 적어도 내 침대 위에서 맘놓고 뻗을 순 있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당시 스케줄 연락담당이었던 밥 클라크(Bob Clarke)로부터 연락이 왔다. "니가 탈 할공편이 4시라 그때까진 시간이 있어. 그래서 아침 7시 롤리에 있는 병원에 뼈 스캔을 예약해놓았으니까 니 허리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보자고" 하지만 모처럼 찾은 휴식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않았고 공항에 가기 전까진 그냥 잠을 더 자고싶었다.

 

"미안해요, 밥. 그거 취소해야 할 거 같아요. 지금 난 그냥 자는 게 최우선이에요"

"이미 잡힌 스케줄이야. 아침 7시밖에 빈 시간이 없어. 병원에서도 겨우 시간을 낸 거니까 따라" "가기 싫어요!"

난 완전히 어린 애처럼 떼를 썼다. 왜냐면 다음주부턴 더 지옥같은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뤄, 스맥다운, 하우스쇼 그리고 여러 행사까지 참석해야 했고 끝나면 캘리포니아로 넘어가 셰프 보야르디 광고 촬영, 그리고 그 뒤로도 여러 개의 TV 촬영이 잡혀있었다. 지옥같은 일정이었고 지금 아니면 쉴 시간이 없었다.

 

"야, 에이미. 어쨌든 난 시키는 대로 너에게 전달했으니 가든 말든 알아서 해. 아니면 J.R한테 너한테 연락해보라고 말해줄테니까." "알았어요.. 갈게요!" 전화가 끝나자마자 난 어린 애처럼 혼자 펑펑 울었다. 복합적인 이유였다. 허리 부상도 그렇고 1년 동안 쉬지않고 달려왔던 것에 대한 번아웃이었다. 울다가 매트에게 또 전화해서 징징댔다.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할 일은 많은데 내가 이걸 다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지만 내 몸은 하난 걸" 매트는 훌륭했다. 고민을 해결해주기보단 그냥 공감해주고 기대 울 수 있는 어깨를 빌려주었다.

 

 

2003년까지 WWE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운영하던 WWE 레스토랑&클럽 'The World'

 

생방송 중 가끔 선수들이 출연, 짧게 프로모도 하던 종합엔터테인먼트 시설

 

 

뼈스캔 결과, 허리에 두 군데 금이 가 있었다. 월요일엔 뉴욕에 있는 the World에서 뤄(12월18일) 호스트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MRI는 뉴욕에 가서 찍기로 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으니 직원이 내 브라와 팬티 사이즈를 물었다.

 

"그게 왜 알고싶은데요?"

"난 몰라요. 아마도 오늘 당신 브라와 팬티로 the World에서 뭐 하나본데요"

"잠깐만 나한테 아무런 얘기도 없이 당일날 그러는 거에요? 작가들이랑 얘기 좀 해야겠어요"

 

MRI 결과는 허리에 두 군데 금이 간것 외에도 3군데 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발견되었다. 레슬러들한텐 흔한 일이었다. 갑자기 발병했다가 괜찮아졌다 반복하기 일쑤다. 그렇게 MRI 결과를 보고 World로 곧장 갔다. 오늘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딘 말렌코를 위한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란제리쇼를 하는 거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빡쳤다. 여기 이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무대 위에 올라가 속옷만 입고 란제리쇼를 하라고? 그런 건 지금까지의 '리타' 캐릭터와 완전 모순되는 일 아닌가

 

 

리타의 란제리쇼를 보고 있는 딘

 

 

"넌 딘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이걸 이용하는 거지. 유혹하는 거야"

"내가 그를 유혹하길 원하다고요? 요즘 딘한테 그렇게 처맞고 다녔는데?"

"지난주 네가 속옷을 입었던 호텔 세그먼트가 초대박 쳤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리타의 여성스러움에 난리났다고" 그 말에 더 화가 났다.

"이봐요, 좋은 반응을 얻었다니까 좋긴한데. 지금 각본에서 내가 속옷만 입고 여기서 이러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니까요."

"우린 그저 시키는대로 할 뿐이야"

"그건 상관없고. 일단 작가진이랑 얘기 좀 해야겠어요."

 

작가진 중 한 명을 찾다가 비록 그가 담당하는 각본은 아니었지만 난 마이클 헤이즈와 통화했다. 그는 무슨 일인지 잘 몰랐지만 어쨌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네 말은 알겠는데, 하지만 지금 쇼가 곧 시작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일단 올라가서 시키는 대로 하고 그 뒤에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내게 선택지는 그것 뿐이었다. 빨강, 흰색, 초록색 속옷을 갈아입으며 the World 내 스테이지에 올라섰다. 존나 불쾌했다. 완전히 싸구려 취급을 받는 것 같았고 사람들 앞에서 그러는 게 쪽팔렸다. 원래 the World는 매우 친숙한 공간이다. 여기오면 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주는데 우린 주로 그들과 소통하다 대략 15초짜리 세그먼트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속옷을 세 벌이나 입어야 했고 갈아입을 때마다 무대에 올라가는 바람에 그 짧은 시간이 거의 50초처럼 느껴졌다. 현장 관객들은 내가 불편해한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나중엔 나를 위해 소리 지르고 휘파람 부는 걸 자제해주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도 다 알고있었던 거다. 그들이 아는 '리타'란 캐릭터에게 그러한 액션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란제리쇼 다음 12월24일 방영된 Heat 녹화분

 

 

가장 최악인 건 이야기가 말이 안된다는 거다. 내가 그를 두려워한다면 대체 왜 속옷만 입고 포즈를 취하지? 그의 (성적)접근에 관심이 없다면 왜 내가 유혹을 하지? 그놈이랑 안 엮이려고 하지 않을까? 그를 꼬시는 것처럼 행동해놓고선 마지막 녹화(히트)에선 왜 뺨을 때렸지? 

 

다음날 아침, 스맥다운 녹화(19일 녹화, 21일 방영)를 위해 샬럿으로 갔다. 건물에 출근하자마자 빈스와 스테파니가 날 불러서 어제 세그먼트가 얼마나 좋았는지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추측컨대 내가 각본에 불평했다는 얘길 전해듣고 칭찬해주려는 것 같았다. 

 

 

"처음 등장할 때 네가 약간 수줍은척 했던 게 개쩔었던 거 같아" 스테파니가 얘기했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존나 부끄러웠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 어쨌든 진짜 훌륭했어. 그걸 보면서 우린 다들 존나 만족했다고"

 

 

그때부터 스토리라인은 심각한 모순을 야기했고, 점점 수습하기 어려울만큼 꼬여갔다. 하루하루 바뀌어갔다. 레슬링에 대해 난 이렇게 생각한다. 연기하는 나조차도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다면, 관객들은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렵다고. 내가 20개의 의문을 가진다면 관객들은 그걸 보면서 50개의 의문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실망스러운 진행이었지만 어찌됐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기에 여기서 내가 짜증을 내거나 망칠 순 없었다.

 

하디즈와 난 빅베어 마운틴에서 셰프 보야르디 광고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LA로 가야했다. 전날 밤, 브루스 프리차드가 우리를 찾아와 "너희가 서부 출장 가는 김에 UPW에 출연하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그가 그렇게 와서 얘기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우린 밤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공항호텔에서 겨우 몇 시간의 잠을 자고 산타 아나에서 열리는 UPW쇼에 출연했다. 단순 출연뿐 아니라 UPW 태그팀 챔피언인 발라드 브라더스와 내 옛친구 Lexie Fyfe와 경기까지 뛰어야 했다..

 

12월20일 UPW에 출연해 경기를 가진 팀 익스트림

 

1999년 PGWA, 데뷔 1년도 안된 당시의 리타(Angelica)의 동료였던 렉시 파이프(Lexie Fyfe)

 

 

오랜만에 메리 베스(Lexie Fyfe의 본명)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스케줄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녀는 진정한 친구다. 레슬링 업계에서 이런 친구를 만난다는 건 당연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내가 WWE로 취직했다고 나를 저버리지 않았고 조금의 시기나 원망도 하지 않은 친구다. 인디쇼에선 끝도 없이 시간 지연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그 날도 그랬고 우린 자정이 넘어서야 스케줄을 끝낼 수 있었다. 쇼가 끝나자마자 빅 베어 마운틴으로 우릴 데려다 줄 리무진이 왔고 우리가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21일 새벽 4시였다. 몇 시간 겨우 눈을 붙이고 아침 8시에 우릴 촬영장으로 데려갈 리무진이 도착했다.

 

 

 

 

갓! 우린 모두 녹초가 되어있었고 허리는 여전히 날 죽일듯이 아팠다.그런데 일단 촬영장에 도착하고 나니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상쾌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쬐니 순간적으로 얼마나 피곤한지 잊어버렸다. 무려 12시간의 긴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시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테네시주, 채터누가로 가서 크리스마스 특집 뤄 녹화(22일 녹화, 25일 방영)를 하러 갔다. 그 곳에서 다시 동료들과 직원들을 만났을 때 우린 깨달았다. 진짜 하룻밤도 못 잤구나. 정말 긴 한 주였다.

 

그날 밤 하디즈는 딘 말렌코, 벤와와 태그팀 경기를 했고 경기가 끝났음에도 딘이 매트에게 텍사스 클로버리프를 걸었다. 내가 매트를 도우려 했으나 벤와가 내게 크리플러 크로스페이스를 시전했다. 결국 의료진까지 등장했는데 허리 부상때문에 휴식(일주일 뒤, 1월1일 뤄에 복귀함)을 주기 위해 만든 앵글이었다. 다음날 내쉬빌에서 진행한 스맥다운 녹화(23일 녹화, 28일 방영)에 나는 출연은 안했지만 매트와 제프의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날까지 함께했고 그제서야 마침내 크리스마스 휴가를 받았다. 드디어 푹 쉴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휴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다. 엄마가 직접 내쉬빌로 날 데리러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탈란타에 있는 엄마의 집에서 3일을 보냈다. 물론 좋았다. 엄마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휴식은 아니었다. 거기서 일을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 집도 아니었으니까. 피로에 쩔어있던 난 거의 식물인간이었다. 이날 이후로 엄마와 약속을 했다. 다음 크리스마스 휴일부턴 엄마 집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보내자고. 일이 없을 때도 집에서 쉴 수 있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 최고의 휴가는 우리 집에 가만히 있는 거기 때문이다. 

 

그 일주일 휴가가 나의 WWE 첫 해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평상시에는 항상 바쁘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얼마나 많은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에 대해 생각하고, 삶을 천천히 돌아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현생을 사느라 너무 바쁘니까. 물론 다시 돌아보더라도 난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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